초보자를 위한 앙리 마티스와 파리의 화가들 감상하는 방법

얼마 전 미술관에서 앙리 마티스 작품을 보는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오래 서 있지 않고 지나가는 모습이 꽤 많았다. 색이 강하고 선이 단순해서 얼핏 보면 “예쁘다” 정도로 끝나기 쉬운데, 사실 마티스와 그 주변의 파리 화가들은 알고 보면 훨씬 재미있게 보인다. 특히 1900년대 초 파리는 새로운 그림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던 도시라서, 작품 하나를 볼 때도 당시 분위기를 같이 떠올리면 감상이 훨씬 선명해진다.
앙리 마티스를 먼저 가볍게 잡고 가는 방법
앙리 마티스는 1869년에 태어나 1954년에 세상을 떠난 프랑스 화가다. 피카소와 함께 20세기 미술을 대표하는 인물로 자주 언급된다. 그런데 두 사람의 느낌은 꽤 다르다. 피카소가 형태를 쪼개고 구조를 실험했다면, 마티스는 색과 선으로 감정을 밀어붙인 쪽에 가깝다.
마티스를 볼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색이다. 빨강, 초록, 파랑 같은 색을 현실 그대로 쓰기보다 감정에 맞게 과감하게 배치했다. 얼굴이 실제 피부색이 아니어도 괜찮고, 방 안의 벽이 너무 강한 빨강이어도 이상하지 않다. 그는 색을 사물의 설명 도구가 아니라 분위기와 리듬을 만드는 재료처럼 썼다.
대표적으로 1905년 무렵 마티스와 친구 화가들은 너무 거칠고 강렬한 색을 쓴다는 이유로 ‘야수파’라고 불렸다. 처음엔 비난에 가까운 말이었지만, 지금은 근대미술에서 중요한 흐름으로 평가된다. 당시 기준으로는 꽤 충격적인 그림이었던 셈이다.
파리는 왜 화가들이 모인 도시였을까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파리는 미술가들에게 거의 실험실 같은 도시였다. 살롱전, 갤러리, 카페, 화실, 비평가, 후원자가 한곳에 모여 있었다. 그림을 발표하고 논쟁하고 팔 수 있는 환경이 다른 도시보다 훨씬 활발했다.
몽마르트르와 몽파르나스 같은 동네도 빼놓기 어렵다. 몽마르트르는 피카소, 모딜리아니, 위트릴로 같은 이름과 연결되고, 몽파르나스는 이후 더 국제적인 예술가들의 거점이 됐다. 돈이 넉넉하지 않은 젊은 화가들이 싸게 방을 구하고, 밤에는 카페에서 서로의 그림을 두고 이야기하던 장면을 떠올리면 작품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
당시 파리의 화가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 누가 완전히 혼자 천재적으로 새 양식을 만든다기보다, 전시장에서 충격을 받고 친구의 작업실에서 논쟁하며 다음 그림을 바꿔 나갔다. 그래서 ‘앙리 마티스와 파리의 화가들’이라는 키워드는 한 사람의 전기보다, 도시 전체가 만든 미술의 분위기로 보는 편이 자연스럽다.
함께 보면 좋은 파리의 화가들
마티스를 이해할 때 피카소를 함께 보면 비교가 쉽다. 두 사람은 서로 경쟁자이자 자극을 주는 존재였다. 마티스가 색의 감각을 밀고 나갔다면, 피카소는 입체파를 통해 사물을 여러 시점으로 쪼개 보여줬다. 같은 시대 파리에 있었지만 그림을 대하는 태도는 달랐다.
모리스 드 블라맹크와 앙드레 드랭도 야수파를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한다. 이들은 마티스처럼 강렬한 색을 사용했고, 풍경화에서도 현실보다 감정이 앞서는 색채를 보여줬다. 예를 들어 나무는 꼭 초록일 필요가 없고, 강물은 차분한 파랑이 아니어도 된다. 이런 자유로움이 당시 관람객에게는 낯설었지만, 지금 보면 현대적인 감각과 꽤 가깝다.
라울 뒤피는 조금 더 밝고 경쾌한 느낌으로 기억하면 좋다. 항구, 음악회, 도시 풍경을 가볍고 리듬감 있게 그렸다. 모딜리아니는 길게 늘어진 얼굴과 목, 고요한 인물화로 유명하다. 같은 파리 안에서도 어떤 화가는 색을 크게 외쳤고, 어떤 화가는 인물의 쓸쓸한 표정을 오래 붙잡았다.
- 마티스: 색채와 장식성, 단순한 선
- 피카소: 형태 해체와 입체적 시선
- 드랭, 블라맹크: 야수파의 강렬한 색
- 모딜리아니: 길고 우아한 인물 표현
- 라울 뒤피: 밝은 도시 감각과 리듬
작품을 볼 때 놓치기 쉬운 포인트
마티스 작품을 볼 때는 “실제와 닮았나”보다 “색이 어디서 부딪히는가”를 보면 좋다. 빨강 옆에 초록이 오면 화면이 강하게 흔들리고, 파랑과 노랑이 만나면 분위기가 갑자기 밝아진다. 이런 색의 관계가 마티스 그림의 재미다.
선도 중요하다. 마티스의 선은 세밀하게 묘사하려는 선이 아니라, 대상을 가장 간단하게 잡아내는 선에 가깝다. 말년의 컷아웃 작업을 보면 이 특징이 더 뚜렷하다. 종이에 색을 칠하고 오려 붙이는 방식인데, 붓질이 줄어든 대신 색면과 형태가 더 직접적으로 다가온다.
파리의 다른 화가들을 볼 때는 시대 차이도 살짝 챙기면 좋다. 인상파 이후 세대는 빛을 포착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색과 형태를 자기 방식대로 바꾸기 시작했다. 세잔이 구조를 고민했고, 고흐와 고갱이 감정과 상징을 강하게 밀어붙였으며, 그다음 세대인 마티스와 피카소가 더 과감한 실험을 이어갔다. 흐름을 알고 보면 그림들이 따로 떨어져 있지 않고 대화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전시나 책으로 접할 때 더 재미있게 보는 법
전시장에서 작품 설명을 전부 읽으려 하면 금방 지친다. 대신 처음에는 마음에 걸리는 작품 3점을 고르는 방식이 좋다. 색이 좋은 작품, 이상하게 눈이 가는 작품, 이해가 잘 안 되는 작품을 하나씩 고르면 감상이 훨씬 구체적이 된다.
그다음에는 제작 연도를 확인하면 된다. 1905년 전후라면 야수파의 에너지를, 1910년대라면 입체파와 추상으로 향하는 분위기를, 1940년대 이후라면 마티스의 컷아웃 같은 후기 작업을 떠올릴 수 있다. 연도 하나만 봐도 작품의 위치가 대략 잡힌다.
책으로 볼 때는 도판의 색이 실제와 다를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마티스는 특히 색이 중요한 화가라서 인쇄 상태에 따라 느낌이 크게 달라진다. 가능하다면 같은 작품을 여러 이미지로 비교해 보는 것도 괜찮다. 작품 크기도 확인할 만하다. 작은 그림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벽을 압도하는 크기인 경우가 있고, 반대로 조용히 들여다봐야 매력이 살아나는 작품도 있다.
앙리 마티스와 파리의 화가들은 어렵게 외우는 미술사가 아니라, “그 시대 사람들은 왜 이렇게 다르게 그리려고 했을까”라는 호기심으로 접근할 때 훨씬 가까워진다. 색이 이상해 보이면 그 이상함을 잠깐 붙잡아 보고, 형태가 낯설면 그 낯섦이 어디서 오는지 따라가면 된다. 그렇게 보다 보면 파리라는 도시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그림을 바꾼 거대한 무대였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