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디 처음 마시는 방법, 향부터 안주까지 편하게 즐기려면 이렇게

처음 브랜디를 만났을 때 헷갈렸던 것들
얼마 전 지인 집들이에 갔다가 식사 후 작은 잔에 브랜디가 나왔는데, 솔직히 처음엔 위스키랑 뭐가 다른지 바로 감이 오지 않았다. 색도 비슷하고 향도 진해서 그냥 독한 술이라고만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천천히 맡아보니 포도, 말린 과일, 바닐라 같은 향이 겹쳐서 꽤 다르게 느껴졌다.
브랜디는 쉽게 말해 과일을 발효한 뒤 증류해서 만든 술이다. 가장 대표적인 원료는 포도이고, 프랑스 코냑이나 아르마냑도 넓게 보면 브랜디의 한 종류다. 알코올 도수는 보통 35~40도 안팎이라 처음 마실 때는 양을 작게 잡는 편이 좋다. 소주잔처럼 벌컥 마시기보다 향을 맡고 한 모금씩 넘기는 술에 가깝다.
브랜디 고르는 방법
처음 구매할 때 가장 헷갈리는 부분은 병에 적힌 등급이다. VS, VSOP, XO 같은 표시가 자주 보이는데, 대체로 숙성 기간과 관련이 있다. 일반적으로 VS는 비교적 젊고 산뜻한 편, VSOP는 향과 부드러움의 균형이 좋고, XO는 더 오래 숙성되어 묵직하고 복합적인 맛을 기대할 수 있다.
초보자라면 무조건 비싼 XO부터 갈 필요는 없다. 사실 처음에는 향의 차이를 아주 세밀하게 느끼기 어렵기 때문에 3만~7만 원대의 VSOP급 제품으로 시작해도 충분하다. 칵테일이나 하이볼처럼 섞어 마실 생각이라면 VS도 괜찮고, 식후에 조금씩 마시고 싶다면 VSOP가 무난하다.
- 가볍게 시작하고 싶다면 VS 또는 기본급 브랜디
- 니트로 마셔보고 싶다면 VSOP
- 선물용이나 특별한 자리라면 XO
- 달콤한 향을 좋아한다면 포도 브랜디 계열
- 개성 있는 향을 원한다면 사과 브랜디인 칼바도스
마시는 온도와 잔이 생각보다 중요하다
브랜디는 차갑게 얼려 마시는 술은 아니다. 너무 차가우면 향이 닫히고, 너무 뜨거우면 알코올 향만 강하게 올라온다. 보통 실온에서 마시면 무난하다. 다만 여름철 실내가 28도 이상으로 덥다면 살짝 서늘한 곳에 두었다가 따르는 편이 향이 더 깔끔하다.
잔은 입구가 살짝 좁은 튤립형 잔이 좋다. 넓은 잔에 따르면 향이 빨리 퍼지고 알코올이 강하게 느껴질 수 있다. 집에 전용 잔이 없다면 작은 와인잔도 괜찮다. 양은 20~30ml 정도만 따른 뒤 잔을 가볍게 돌리고 향을 맡아보면 된다. 코를 잔에 너무 깊게 넣으면 알코올이 확 치고 올라오니, 잔 입구에서 조금 떨어져 맡는 게 편하다.
처음 한 모금은 아주 작게
첫 모금은 맛을 본다는 느낌으로 혀에 살짝 묻히듯 마시는 게 좋다. 바로 삼키지 말고 입안에 잠깐 머금으면 단맛, 과일 향, 나무 향이 차례로 느껴진다. 근데 도수가 있는 술이라 목 넘김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럴 땐 물을 한 모금 곁들이거나 얼음 하나를 넣어 향이 풀리는 변화를 느껴도 된다.
초보자에게 편한 브랜디 마시는 방법
브랜디를 꼭 니트로만 마셔야 하는 건 아니다. 처음부터 스트레이트가 부담스럽다면 토닉워터나 탄산수를 섞어 마셔도 충분히 즐겁다. 비율은 브랜디 1에 탄산수 3 정도가 편하다. 여기에 레몬 껍질을 아주 조금 넣으면 과일 향이 살아나고, 단맛이 필요하면 토닉워터가 더 잘 맞는다.
칵테일로는 사이드카가 유명하다. 브랜디, 오렌지 리큐르, 레몬즙을 섞는 방식인데 새콤달콤해서 브랜디 특유의 무거움이 줄어든다. 집에서 간단히 즐기고 싶다면 브랜디 30ml, 레몬즙 10ml, 꿀이나 시럽 약간, 탄산수를 넣는 식으로 가볍게 변형해도 괜찮다.
- 진한 향을 느끼고 싶을 때: 니트
- 부드럽게 마시고 싶을 때: 얼음 한두 개
- 가볍게 오래 마시고 싶을 때: 탄산수나 토닉워터
- 상큼한 맛을 원할 때: 레몬즙과 시럽을 조금 추가
안주를 곁들이면 맛이 훨씬 편해진다
브랜디는 식후주 이미지가 강하지만 안주와도 잘 어울린다. 특히 말린 과일, 견과류, 다크초콜릿, 치즈처럼 향이 진한 음식과 궁합이 좋다. 예를 들어 다크초콜릿 한 조각을 먹고 브랜디를 마시면 쌉싸래한 맛 뒤로 단 과일 향이 더 또렷하게 느껴진다.
짠맛이 있는 하드 치즈나 프로슈토도 괜찮다. 다만 매운 음식이나 양념이 강한 음식은 브랜디 향을 덮어버릴 수 있다. 한국식 안주로 고른다면 양념치킨보다는 견과류, 육포, 크래커, 과일 치즈 플레이트 쪽이 더 안정적이다. 작은 접시에 3~4가지만 담아도 분위기가 꽤 달라진다.
보관할 때 신경 쓸 부분
브랜디는 와인처럼 개봉 후 며칠 안에 다 마셔야 하는 술은 아니다. 도수가 높아서 비교적 오래 보관할 수 있다. 그래도 뚜껑을 잘 닫고 직사광선을 피하는 게 좋다. 병 안에 남은 양이 너무 적으면 공기와 닿는 면이 많아져 향이 흐려질 수 있으니, 오래 두기보다 몇 달 안에 천천히 즐기는 편이 낫다.
처음 브랜디를 접할 때는 비싼 병을 고르는 것보다 내 입에 맞는 마시는 방식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고 느낀다. 잔을 조금 작게 잡고, 향을 천천히 맡고, 물이나 탄산수도 편하게 곁들이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익숙해지면 같은 브랜디라도 온도와 잔, 안주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게 꽤 재미있게 다가온다.
